예전에는 남자치곤 음식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내랑 떨어져 사니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 안 되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요리를 잘하는 아내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요리의 기초부터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맛을 그리는 장금이를 꿈꾸며 내가 여기저기서 배운 비법을 여기에 공개하고자 한다.
비법은 아주 간단한다. 달걀을 삶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재빨리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익혀야 맛있는 삶은 달걀이 된다. 이 방법으로 처음 도전했을 때 너무 일찍 불을 꺼서 달걀이 살짝 덜 익었다. 이 곳이 고지대라서 물이 평지보다 일찍 끊어서 내가 착각했다. 계란이 맛있기는 했지만, 너무 흐물거려서 껍질을 까다가 다 으스러지고 말았다. 자고로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이 배우는 법이다. 하하, 다음 도전과제는 스크램블에그다.
요리법
- 냄비에 달걀을 넣고,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 물이 보글보글 끓어서 물표면이 마구 요동치면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닫는다.
- 시간이 중요한데, 12~15분 정도 기다리면 달걀이 단단하게 익는다.
- 냄비에서 달걀을 꺼내자마자 찬물로 기절시켜 더 익지 못하게 한다.
달걀은 덜 익힐수록 맛있다고 해서 5분 정도만 두었다고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영 내 입맛에는 안 맞는 거 같아서 관뒀다. 나중에 수란이나 만들어 볼까? 이 조리법을 통해서 달걀의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예전에 내가 만들어 먹은 달걀은 너무 오래 익혀서 딱딱한 거였다. 요리는 과학이다.
달걀 하면 항상 떠오는 친구가 하나 있다. 대학 동기인데 어찌나 달걀을 잘먹어서 별명이 ‘달걀 귀신’이였다. 게다가 외모도 둥글둥글하게 생긴 게 달걀을 꼭 닮았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MT 가는 버스에서 달걀을 혼자서 10개쯤 그냥 먹어 치우기도 했다.
나는 달걀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기차만 타면 어머니께 달걀을 사달라고 졸랐다. 급하게 먹다가 목이 메서 제대로 삼키지도 못했는데도 마냥 사먹는 게 좋았다. 내게 기차와 달걀은 항상 붙어다니는 친구 같다. 고속버스와 알감자의 조합처럼 조건반사가 되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이미지다.
똑같은 달걀을 삶아도 아내가 삶으면 적당히 익어서 먹기 좋지만, 내가 삶은 달걀은 너무 익어서 퍽퍽하고 노른자에 푸른기까지 돌았다. 가끔 달걀을 삶다가 껍질을 깨뜨리기도 할 정도다. 인터넷과 요리책을 뒤져서 달걀을 맛있게 삶는 법을 따라서 해봤더니 신세계가 열렸다. 앞으로 요리를 배우다가 좋은 팁이 있으면 요기에 공유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