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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 인종갈등 속 판타지의 힘 1962년 미국 동부 볼티모어가 배경이 된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주인공 트레이시는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고 가난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당히 우울한 느낌의 영화가 예상되지만, 첫 장면부터 통쾌하게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다. 트레이시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활기차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의 가난이나 그녀의 육중한 몸도 트레이시의 구름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60년대 미국의 판타지'헤어스프레이'는 판타지 영화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흑인이 목숨을 잃었다. 1988년 존 워터스가 만든 동명의 원작 영화는 좀 더.. 2025. 3. 12.
더 리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재조명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영화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그만큼 나치 영화가 세상에 많이 나왔다. 매년 스크린에서 죽어 나간 유태인의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순하게 선과 악의 구도로 학살을 반복해서 재조명하는 영화는 신물이 날 정도로 봤다. 더 리더는 나치 영화의 윤리적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영화다. 그나마 최근에 본 에드리안 브로디가 주연한 '피아니스트'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난 나쁜 유태인, 착한 독일군이 섞여 있는 영화가 현실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괜찮았다. 또 유대인 학살 영화인 줄 알았는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보다 복합적인 현.. 2025. 3. 11.
영화 스위니 토드: 고기 파이에 숨겨진 사회 풍자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1979년 공연된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압축되었고 대신에 시각적 효과는 강조되었다. 그 결과 뮤지컬에 있었던 노래나 유머가 줄어들면서 아주 잔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었다.B급 공포영화가 된 영국의 살인마 전설'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힘의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었다. 영국에 떠돌던 스위니 토드의 전설은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여러 차례 개작되었다. 그중에 크리스토퍼 본드가 1973년에 쓴 희곡은 사회풍자와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그 희곡에 반한 스티븐 손드하힘은 뮤지컬로 창작하기로 결심했다. 풍자와 멜로드라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 2025. 3. 11.
봉순이 언니, 한국 근대의 감춰진 위선을 고발 이 소설은 다섯 살 짱아의 눈에 비친 1960년대 식모살이하는 봉순이 언니의 삶을 세세히 묘사한다. 봉순이 언니와 짱아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사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더 나아가 1960년대 한국 근대의 가족사의 편린도 그려내고 있다. '봉순이 언니'를 통해 근대화에 낙오된 불행한 인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근대 속에서 인간의 위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제대로 묘사한다.근대화와 가난봉순이 언니는 짱아네 집에서 살면서 집안일하는 식모였다. 짱아만이 봉순이 언니를 식모가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따랐다. 짱아의 어머니는 불쌍한 봉순이 언니를 데려다 잘해주지만 가족으로 대하진 않았고 짱아의 아버지, 언니, 오빠들도 그랬다. '봉순이 언니'는 짱아가 이런 현실을 깨달아 가.. 2025. 3. 11.
무한도전 미안하디 미안하다송: 웃음으로 승화된 실수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무한도전 음식특집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방송이었지만 논란도 많은 방송이었다. 처음부터 길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친다고 시청자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았다.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에서 충분히 가능한 비난거리였다. 어쩌면 이런 비난은 모든 분야에 도전하면서 웃음을 끌어내야만 하는 무한도전이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음식이라곤 해본 적 거의 없는 사람이 배우면서 하는 실수는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길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성실한 일등 요리사로 거듭났다.  두 번째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바로 정준하였다. 나중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 비난은 첫 번째와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이었다. 정준하는 그동안 수많은 입방아에 오른 전력이 있어서 이번 광풍이 더 크게 불었다. 정준하는 개수.. 2025. 3. 11.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와 남미 민중 학회 일정으로 멕시코시티에 다녀온 후 남미에 관한 영화가 자꾸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로 '프리다 칼로'나 '체 게바라'를 다룬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생각나서 DVD를 빌려두었다가 마침내 짬을 내서 봤다. 내가 아는 '체 게바라'는 티셔츠의 아이콘이나 쿠바 혁명을 주도한 혁명가라는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다. 이 영화는 체 게바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 되었다. 체 게바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관람 후 그가 왜 혁명가가 되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미국의 사회주의 혁명가 존 리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즈'와 다른 느낌이다. 레즈처럼 열정적 드라마는 여기엔 없다. 그저 담담한 여행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중앙역의 감독인 월터.. 2025. 3. 11.